엘리베이터 앞에서 부서장님께 보고서를 건넵니다.
첫 장을 넘기던 손이 둘째 장에서 멈춥니다.
"그래서 무엇을 정해 달라는 겁니까."
이 글은 바쁜 사람이 읽는 보고서 잘 쓰는 법,
그중에서도 결론을 첫 문단에 두는 이유와 방법을 나눕니다.
보고서 작성, 처음에는 일어난 순서대로 썼습니다
젊을 때 제 보고서는 늘 경과로 시작했습니다.
언제 어떤 요청이 왔고, 누구와 협의했고,
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날짜 순서로 적었습니다.
정작 부탁할 일은 마지막 장 끝에 한 줄로 있었습니다.
그렇게 쓴 데는 까닭이 있었습니다.
그동안 한 일을 빠짐없이 보여 드려야,
제 결론도 믿어 주실 것 같았습니다.
읽는 쪽에 서고 나서야 알았습니다.
보고를 여러 건 받는 날에는 첫 문단을 보고 판단하게 됩니다.
그 자리에 경과가 있으면,
끝까지 읽어야 무엇을 정할지 보였습니다.
그 뒤로 순서를 뒤집었습니다.
쓰는 내용은 같아도,
되묻는 질문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.
보고서 잘 쓰는 법, 제가 지키는 순서 세 가지
첫째, 결론과 요청을 첫 문단에 둡니다.
"다음 달 행사 장소를 바꾸는 것이 좋겠습니다.
금요일까지 정해 주시면 예약을 진행하겠습니다."
무엇을 정하면 되는지, 언제까지 정해야 하는지를 먼저 적습니다.
둘째, 근거는 그 뒤에 짧게 붙입니다.
왜 그 결론인지 판단에 필요한 것만 고릅니다.
애쓴 과정을 빼는 것이 처음에는 아까웠지만,
그 때문에 결론을 의심받은 적은 없었습니다.
셋째, 한 장에 담기지 않으면 첨부 자료로 돌립니다.
자세한 경과와 비교표, 지난 자료는 뒤에 따로 붙입니다.
본문은 한 장에서 끝내고,
더 궁금한 분만 첨부 자료를 펼쳐 보시게 합니다.
한 장이라는 틀은 쓰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었습니다.
무엇을 뺄지 고르다 보면,
제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먼저 분명해졌습니다.
첫 문단만 읽혀도 뜻이 전해지는 보고서
쓰기 전에 저는 스스로 한 가지를 묻습니다.
"받은 분이 첫 문단만 읽고 덮으신다면,
무엇을 알고 덮으시면 되는가."
그 답이 첫 문단이 됩니다.
말로 보고할 때를 떠올리면 어렵지 않습니다.
복도에서 잠깐 마주쳐 말씀드릴 때는,
누구나 결론부터 꺼냅니다.
그 첫마디를 글의 첫 줄로 옮기면 됩니다.
다음 보고서를 쓰실 때는,
다 쓴 뒤 마지막 문단을 맨 위로 올려 보십시오.
제 보고서도 결론은 대개 거기에 있었습니다.
보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씁니다.
읽는 분은 첫 문단에서 정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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